
제목 부재의 존재 (Existence of Absence)
장르 거리극 (Street Theater)
역할 연출, 창작, 기획 이상│드라마터그 쭈야│사운드 디자인 신용희│사운드 프로덕션 허소연│목소리 배우 이영주│디자인 시옸
│영상 작가 김그레이스│퍼포머 이상, 자리타
런타임 60분내외
장소 일상공간 / 공공장소 / 사적공간 / 도시 ; 산지천 광장 일대

"당신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부재의 존재'는 무엇인가요?"
‘부재의 존재’는 사운드 씨어터, 이동형, 참여형 등의 형식들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공간반응형 거리극 공연으로, 매 회당 1명의 관객이 참여하는 한 사람을 위한 공연이다. 관객은 도시의 한 장소에 앉아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실존하지 않지만 사운드를 통해 존재하는 낯선 사람과 어떤 종류의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관객은 먼저 자리를 떠나는 사운드의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익숙한 도시를 낯설게 여행하고, 최종 장소에 도착하여서는 또 다른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부재와 존재의 개념에 대해 감각하고, 사유하는 시간으로 초대된다.
# 1
[도시의 한 공간에 앉은 관객은 헤드폰을 쓰고 있다. 헤드폰 안에서는 발자국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이내 그 발자국 소리는 점점 관객과 가까워진다. 어느 새 관객의 옆에 도착한 발자국 소리의 주인은 인사를 건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실제로 관객의 옆에는 아무도 없다.]
2020년, 봄이었다. 코로나로 급작스러운 여유가 생긴 어느 어후, 오랜만에 바다에 갔다. 벤치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보냈다. 오랜 시간 한 공간에 앉아 하나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길바닥을 기어다니는 개미 한 마리부터 시작한 시선은 길을 지나는 사람들과 전봇대, 전선을 거쳐 여기가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어떤 지점에 이르렀다. 동시에 바람이 데려온 냄새와 시시각각 불규칙적으로 발생했다 사라지는 소리들이 있었다. 이미 일상이라는 공간에 형식과 이야기들이 넘쳐흐르고 있었고, 이것들은 점차 나의 내면에서 확장되어 갔다. 풍요로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풍요로움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졌다. 나는 도시에서 작업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관객이 도시의 한 공간에 앉아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의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형식의 작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관객을 한 공간에 앉아 있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운드 씨어터를 생각했고, 실존하지 않지만 사운드를 통해 존재하는 어떤 사람과 관객이 우연히 만나게 되는 설정을 가져갔다. 형식과 방식 그리고 설정으로부터 '부재'와 '존재'라는 작업의 주제가 나오게 되었다. 이후 공연이 이루어질 장소에서 대본을 쓰고, 녹음작업을 진행했다. 녹음에 있어 원테이크로 작업을 진행하였고, 공간에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소리들을 모두 포착했다. 이 공연을 특정 공간에서 녹음된 소리를 이후에 관객이 같은 공간에서 듣게 되는 개념으로 결정했고, 같은 공간에서 과거와 현재라는 두 시간이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하며 발생되는 '시간의 간격' 속에서 '현실'과 '극'의 (부)결합을 실험하고자 했다.
# 2
[사운드의 존재는 먼저 자리를 떠나며 자신이 향할 곳을 관객에게 알려주고, 자신을 찾아오기를 제안한다. 그곳에서 관객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한 그의 발자국 소리가 관객으로부터 멀어진다. (이 공연은 관객과 공간만 있는 작품으로 별도의 출연진이 없으며, 관객의 참여를 돕기 위한 스텝만 있다. 스텝은 #1이 끝난 뒤, 관객에게 헤드폰을 돌려받고 지도를 건네주며 '먼저 가신 분이 이 지도를 전달해달라고 하셨어요.' 라고 말한다.) 관객은 그가 남긴 지도를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부재'와 '존재'를 주제로 다루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삶의 시작과 끝, 만남과 이별, 기쁨과 슬픔, 소유와 상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등 삶의 전반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다. 삶은 여행, 여행은 삶이라는 말처럼 공연의 시간이 관객에게 여행처럼 느껴지길 원했다. 오랫동안 한 장소에 앉아 있던 관객이 어느 시간이 되면 자신이 바라보던 풍경 안으로 들어가 그 속을 여행하길 바랬다. 마침 공연이 이루어진 산지천 광장 일대가 이미 그 자체로 '시간의 틈'이라는 키워드와 공감각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지닌 장소들을 품고 있었다.
먼저 자리를 떠난 사운드의 존재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컨셉으로 해당씬을 설정했고, 지도를 가지고 여행하는 방법 / 지도와 무관하게 발가는 대로 자유로이 산책하는 방법 / 곧바로 최종장소로 향하는 방법에 대한 선택권은 관객의 몫으로 열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