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눈 뜬 자들의 도시 (City of the Awakened)
장르 이동형 거리 퍼포먼스 (Movable Street Performance)
역할 [2020] 연출, 창작, PD, 퍼포머 이상│영상 김승환│디자인 고지연│사운드, 목소리 박진아│배우(영상)조혜림
[2022] 연출, 창작, 기획, 퍼포머 이상│목소리 배우 김보경│사운드 디자인 박진아│인쇄물 디자인 고지연│포스터 디자인 지혜
런타임 60분내외
장소 일상공간 / 공공장소 / 사적공간 / 도시 ; 제주시청 대학로 일대
"눈을 감았을 때, 그제서야 들려오는 소리들과 선명해지는 이름들이 있었습니다."
이동형 거리 퍼포먼스 ‘눈 뜬 자들의 도시’는 매회당 1명의 관객에게 눈을 가리고 퍼포머와 함께 도시를 여행할 것을 제안한다. 시각이 제한된 관객은 다른 감각을 통해 익숙했던 도시를 낯설게 감각하고, 처음 만나는 퍼포머와 함께 도시를 자유롭게 산책하는 시간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내면적 인식의 변화를 경험한다.
작업노트 및 후기
1. '관객이 없는 작업은 예술인가?' 코로나가 던진 질문으로부터 이 작품은 시작되었다. 이에 대한 나의 답은 '적어도 1명은 있어야 한다.' 였다. 궁금증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그 1명을 위한 공연을 해보면 어떨까?'
2. 다른 한 편으로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연 형식을 탐구하고 싶었다. 공연이라는 본질적인 요소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그 외의 현실적인 부분들- 출연진들/스텝들과 다 일정을 맞추어야 하고, 노동에 대한 인건비를 확보해야 하며, 노동의 과정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챙기는 일들- 이 버거웠고, 공연 한 번 하는 게 너무 어려운 일로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하는 작업 중 하나 정도는 사전 창작이 완료된 이후에는 관객과 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작품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일상의 도시공간'에서 작업하는 나의 방향성을 생각했을 때, 별도의 스탭 없이 관객과 나만 있는 소규모 프로덕션의 공연에서 어디까지 관객과 나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1인 관객 공연을 만들게 되었다.
3. '하나의 감각이 제한된 상태로 익숙한 도시공간에 놓이게 되는 관객은 그 시공간을 어떻게 인지하는가? 그 시간 속에서 어떤 시적인 사유가 생성될 수 있는가? 그 경험으로부터, 관객이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가능한가? 그 관점의 변화가 가진 가능성 즉, 관객의 인지변화로 인해 거리를 변형시키는 것은 가능한가?' 이 작업을 하며 원했던 것은 관객들이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경험하면서 스스로가 어떻게 세상을 감각하고 지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편안하고 즐겁기를 바랬다.
4. 어떤 작업을 하든 작업 안에서 관객과 어떤 (불)평등한 관계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관객을 어디에 위치시킬 것인가?' '작업 안에서 어떠한 역할이 부여되는가?' 등의 형식과 공연 내용을 통해 그 관계를 형성하고자 노력한다. 이 공연에서는 관객이 눈을 가리고 일상의 도시를 여행하기 때문에 낯선 사람인 퍼포머에게 그 시간을 온전히 의지해야 했다. 때문에 공연과 관련된 어떠한 선택권, 결정권을 관객에게 주고 싶었다. 그래서 공연 시작 시간을 관객이 정하도록 했다. 가장 이른 시간은 새벽 4시, 가장 늦은 시간은 저녁 9시에 공연이 시작되었다.
5. 다른 한 편으로는 실제 창작을 진행하면서 매시간의 도시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지점이 관객에게 공연 시작 시간을 선택하도록 결정하는데 영향을 끼쳤다. 아침에만 들려오는 새소리, 한밤중에 맡을 수 있는 공기의 냄새, 번잡한 시간대의 소음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을 통해서 이미 도시가 그 자체로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연출형식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 도시를 관객과 함께 감각하는 것을 컨셉으로 삼았다. 그랬을 때, 같은 도시도 시간에 따라 다 다른 공간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특정한 의도를 갖고 특정 시간의 공간을 포착해서 공연시간을 정하고 활용하는 연출보다는 관객이 원하는 시간에 맞추어서 그 순간만의 도시를 함께 여행하는 것이 이 작업에서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6.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이 낯선 사람에게 온전히 스스로를 의지하는 시간 속에서 느낀 단상에 대해 피드백을 주었다. 애초에 내가 상상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이 공연이 관객이 세상과 관계 맺는 데에 있어서 내면적인 인식의 변화를 경험하게 했던 작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관객들을 통해 하게 되었다. 동시에 나 또한 한 인간으로서 그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