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밀양 X 강정 우리는 산다 ; 44초의 시간들 (Miryang X Gang-Jeong We Live ; 44 Seconds Of Time)

장르         전시 ; 소리와 글  (Exhibition ; Sound And Text)

역할         공동기획 ; 참여작가 (Co-Planner ; Participatory Artist)

장소         강정평화상단협동조합 선과장

          44초의 시간들 (소리와 글) 

 

          '작년, 사랑하는 사람이 유학을 떠났다. 그 날 이후, 매일 오후 4시 44분이 되면 44초간 소리를 녹음했다.'

          일상에서 의도적으로 반복하는 행위에 대한 기록과 그에 대한 단상을 정리한 작업이다. 직관적으로 시작했던 이 행위는 '그리움'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방식의 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근 1년 간 쌓여온 44초의 소리들을 하나의 44초로 중첩한 뒤, 무한반복시켰다. 그리고 '그리움'을 키워드로 한 짧은 텍스트들을 창작했다.

 

 

          1.

          작년, 사랑하는 사람이 유학을 떠났다.

          그 날 이후, 매일 오후 4시 44분이 되면 44초간 소리를 녹음했다.

          매일 매일,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매일 매일을,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 2019년
          9월 2, 4, 7, 8, 9, 10, 11, 13, 14, 17, 21, 23일

          10월 1, 10, 12, 13, 14, 17, 24, 25, 29, 31일

          11월 1, 2, 4, 5, 10, 11, 13, 14, 15, 16, 20, 22, 25, 26, 28, 29, 30일

          12월 5, 9, 11, 12, 13, 15, 19, 20, 21, 23, 30, 31일

 

          • 2020년

          1월 2, 3, 6, 7, 9, 12, 13, 14, 15, 16, 17, 18, 19, 21, 22, 26, 28, 30일

          2월 3, 6, 8, 9, 11, 17, 18, 19, 20, 21, 23, 24, 25, 26, 29일

          3월 2, 4, 6, 8, 10, 19일

          4월 2, 3, 4, 5, 6, 7, 8, 9, 10, 11, 12, 13, 20, 21, 24, 30일

          5월 1, 6, 8, 9, 10, 12, 24, 25, 26, 27, 28, 29, 30, 31일

          6월 1, 2, 3, 4, 5, 6, 7, 14, 17, 18, 19, 22, 23, 25, 26, 27, 29, 30일

          7월 1, 3, 5, 6, 7, 8, 9, 10, 13, 14, 15, 16, 17, 18, 19, 21, 22, 24, 25, 26, 27, 28, 29, 30, 31일

          8월 1, 4, 5, 6, 7 ,8, 10, 12, 15, 16, 17, 18, 19, 20, 21, 24, 25, 26, 28일

          9월 4, 5, 6, 7, 9, 10, 13, 14, 15, 16, 21, 24, 26, 27, 29일
          10월 2, 3, 5, 6, 8, 9, 14, 15, 20, 22, 23, 25, 27, 29, 30, 31일

 

 

          2.

          숫자는 참 이상하다.

          시간은 멈추거나, 달리지 않고 흐르는 그대로인데

          그 시간에 숫자를 붙이고, 그 숫자를 바라보면

          어느 때는

          머뭇거리게 되거나, 한숨을 쉬게 되거나, 안도감을 느끼거나, 쓴웃음을 짓게 된다.

 

          지구의 자전을 따라

          내 손가락에 새겨진 나이테도 진해져 밋밋해져 간다.

 

 

          3.

          어렸을 때, 주말이면 아빠와 목욕탕에 갔다. ‘중앙탕’이라는 이름의 목욕탕 입구에는 육각수가 설치되어있다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목욕탕 안에는 1개의 냉탕과 2개의 온탕, 1개의 사우나가 있었다. 탈의실에는 머리를 잘라주는 사장님이 있었다. 일요일마다 아빠와 중앙탕에 가서 때를 밀고, 탈의실 평상에 누워 바나나우유를 먹던 날들이 있었다.

 

 

          4.

          ‘나에겐 꿈이 있었다.’

          ‘어디로 가야할까?’

          ‘기억이 사라지는 시간들’

          ‘빈 의자의 주인은 어디에 있을까?’

          ‘내가 살던 집에는 나의 DNA가 스며들어 있다.’

          ‘저 너머에는 사라지는 오늘을 바라보는 수천 개의 창문들이 있다.’

          ‘당신은 이곳에 온 적이 있다.’

          ‘내일도 일하고 싶다.’

          ‘엄마가 뒤에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저무는 석양이 하루를 말해주는 것만 같다.’

          ‘나는 아직도 기다리는 중이다.’

          ‘나는 잊혀졌다.’

          ‘눈에서 불꽃이 번득인다.’

          ‘어디까지 흘러가게 될까?’

          ‘나는 그의 유품을 가지고 있다.’

 

 

          5.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주방에 들어가게 된다. 냉장고 문을 열고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별로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침대에 앉아 로션을 바르고는 다시 주방에 들어가 냉장고 문을 열고, 다시 닫는다. 방에 들어가 책상을 정리하고 앉았다가, 다시 주방으로 향해 냉장고 문을 열고, 다시 닫는다.

 

 

          6.

          매일 낮 12시에는 해군기지 앞에서 인간띠잇기를 한다.

          매일 매일, 나가려고 노력했다.

          매일 매일을, 나가지는 못했다.

 

 

          7.

          갓 나온 음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볼 때면, 바나나우유가 생각난다.

 

 

          8.

          지금은 벽이 되어버린 그 곳.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르는 눈여겨 보여 지지 않는 벽이 있다. 그 곳에는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편의점이 있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그 벽은 내가 일을 하던 곳이었다. 그 벽은 모든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지만, 나에게는 보이는 곳이다. 나는 그 곳에서 그 사람을 처음 만났다.

 

 

          9.

          구럼비를 그리워한다.

          구럼비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10.

          친구의 집에 놀러가면, 냉장고 문을 열어보게 된다.

 

 

          11.

          44초 그리고 춤

          인간띠 그리고 소리

 

 

          12.

          벽, 상한 우유

          벽, 물이 흘러넘치는 소리

 

 

          13.

          나는 구럼비에 가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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