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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ㅂㅇㅈ ㅇㄴ ㄷㅅ (In  i  i e V lla e )

장르         거리극 (Street Theater)

역할         연출, 창작 (Director, Writer)

런타임      15-20분

장소          중앙차로 버스정류장 ; 서울 광나루역 중앙차로 버스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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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및 후기

1. 어두운 밤, 길을 걷다 문득 중앙차로 버스정류장이 눈에 들어왔다. 차도 다니지 않는 어두운 거리 한 가운데 외로운 불빛을 맞고 있는 정류장이 마치 섬처럼 보였다. 걸음을 멈추고 시간을 내어 가만히 바라보았다. 정류장이 나에게 말을 건넸고, 나는 그 말을 들었다.

 

2. 거리에서 작업한다는 것은 결국 익숙한 공간에서의 낯선 경험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공연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나는 정류장을 선택하기로 했다. 아니, 어쩌면 정류장이 나를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3. 정류장과 나의 관계에서 생성된 어느 순간의 경험 그 자체를 작품의 내용과 형식으로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그랬다면 밤에 공연을 했을 것이다.) 나는 ‘공공공간’으로서의 정류장,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정류장 그 자체를 다시 바라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장소에 낯섬과 생동감을 부여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했다.

 

4. 결국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사적공간과 공공공간, 과거와 현재라는 시공간의 ‘충돌’을 실험하기로 했다. (관객은 사전예약을 통해 공연에 참여한다. 관객들은 문자를 통해 공지된 장소에서 스텝을 만나 안내를 받는다. 정류장 건너편 인도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정류장을 바라보며, 문자메시지로 받은 링크를 통해 사운드를 듣게 된다. 사운드의 내용은 ‘과거의 시간, 사적공간인 집’과 관련된 기억들로 구성되어 있다. 정류장에는 오브제와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 그리고 퍼포머가 존재하고 있다. 초반부, 관객은 누가 퍼포머고 누가 시민인지 구분하지 못하다가, 서서히 퍼포머의 존재를 인지한다. 퍼포머는 해당 공간에서 집에서 하는 행위들- 잠을 자고, 자장면을 시켜 먹고, 일기를 쓰는 등의 행위를 전개한다. 사운드의 말미에 관객들을 정류장 안으로 초대하는 내용이 나온다. 관객들은 횡단보도를 이용해 정류장 안으로 이동하고, 정류장에서 나오는 퍼포머와 지나친다. 관객들은 정류장 안에 설치된 오브제들을 관람하고, 퍼포머는 관객들이 앉았던 의자에 앉아 정류장 안을 바라보며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으로 극이 마무리된다. 이 모든 과정이 이루어지는 동안 버스정류장은 일상과 같이 작동한다. 버스가 지나다니고, 시민들이 버스에서 타고 내린다.)

 

5. 이 시간 속에서 정류장 안에 있는 시민들과 퍼포머 그리고 건너편 인도에 모인 관객들 사이에 생성되었을지 모를 보이지 않는 호기심과 긴장감이 공간에 생동감을 부여하게 되는 것이 내가 바라는 바였다.

 

​6. 이 작업에서는 공연 시간이 아닌 시간대에서도 흥미로운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상적으로 작동하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공연을 위해 설치된 소파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이벤트가 있을 것이라는 정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류장에 설치된 텍스트와 오브제들을 관찰/관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류장 바닥은 시멘트로 되어 있었는데, 그 바닥을 원고지 개념으로 활용하여 텍스트들을 적었다. 여전히 그 흔적이 남아 있으며, 비가 오는 날이면 글씨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고 한다.
 

7. 공연에 참여한 관객들이 같은 장소가 아니더라도 ‘중앙차로 버스정류장’을 지날 때면, 공연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마음 속 잔상. 공연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바닥에 적힌 텍스트가 중앙차로 버스정류장의 새로 디자인 된 공간으로서 인식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물리적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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